지구환경과학부 이융남 교수는 "1억1천만년전 두발로 뛰는 능력을 보여준 직접 증거"를 발견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에 발표하였다. 건조한 지역에서 도마뱀들은 앞발을 들고 뒷발로만 달리곤 한다. 그런데 1억1천만년 전 한반도에서 살았던 원시도마뱀도 이런 '두발 달리기'를 했음을 보이는 도마뱀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이 화석은 지금껏 발견된 세계 도마뱀 발자국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 더욱 주목된다.
서울대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미국 페롯자연과학박물관, 중국지질과학원(CAGS)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도마뱀 발자국 화석을 연구한 결과를 15일 온라인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논문의 교신 저자는 이융남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이며, 1저자는 이항재 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 연구원이다.
이융남 교수와 이항재 연구원은 2004년 남해안 화석지를 조사할 때 경남 하동군 하동화력발전소 인근에서 이 도마뱀 발자국 화석을 발견했다. 발자국 화석은 1억2천700만년∼1억1천만년 전인 전기 백악기 하산동층에서 발견됐다. 하산동층은 우리나라에서 척추동물의 뼈 화석이 가장 많이 나오는 지층이다. 연구진이 찾은 화석은 세계 도마뱀 발자국 화석 중 연대가 가장 오래된 것이다. 또 지금껏 보고된 바 없는 새로운 형태의 도마뱀 발자국이기도 하다.
다른 연구가 먼저 진행되며, 2016년에야 이 도마뱀 발자국 화석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화석에 도마뱀의 '앞발 발자국'이 거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도마뱀은 일반적으로 네 발로 걷기 때문에 화석엔 앞발과 뒷발의 발자국이 함께 남는다.앞발 발자국 없이 뒷발 발자국만으로 보행렬을 만들었다는 것은 도마뱀이 두 발로 뛰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보폭이 큰 것과 발바닥보다 발가락 부분이 더 깊고 선명하게 찍혀 있는 특징 등도 이를 뒷받침한다.
화석엔 특히 발가락과 발바닥뼈가 만나는 관절 부분이 특히 더 깊이 찍혀 있는데, 이는 발가락으로 힘을 주며 지면을 박차고 나갔음을 시사한다. 화석에 남은 뒷발 발자국의 길이는 2cm를 조금 넘는다. 발자국의 크기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이 도마뱀의 꼬리를 제외한 몸통 길이가 6.8cm 정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융남 교수는 "도마뱀은 종 수는 많지만, 몸집이 작고 화석화되기 어려운 환경에서 살기 때문에 뼈 및 흔적 화석은 매우 드물다"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마뱀 발자국을 발견했을 뿐 아니라, 도마뱀들이 최소 1억1천만년 전부터 두 발로 뛸 수 있는 능력이 있었음을 직접적인 증거로 보여준 데 이번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도마밸 발자국 화석. 오른쪽에 도마뱀 발자국을 볼 수 있다. [이융남,이항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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