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성과

서울대병원 신희영 교수 외, <통일의료> 출간
2017.03.29

서울대 신희영 연구부총장 등 7명 공동저자 '통일의료' 수업 정리
"70년 고립돼 비교연구 가능…천연물 치료개발로 통일의료 비용 충분"
 

북한의 보건의료 분야 현황을 조사·분석한 대학 교과서가 처음 나왔다.

서울대 의과대학 통일의학센터는 '통일의료: 남북한 보건의료 협력과 통합'을 출간했다고 12일 밝혔다. 서울대 연구부총장인 신희영 통일의학센터 소장을 비롯해 7명의 연구원이 공동저자다.

 

통일의학센터가 축적한 자료와 국제기구의 최신자료를 토대로 북한의 보건의료 정책, 관련 행정조직·인력양성체계, 보건의료서비스 전달방식 등과 북한 주민이 주로 앓는 질병의 종류까지 조사·분석한 책이라고 센터는 설명했다.

 

서울대 의대 '통일의료' 수업 내용을 정리한 책이기도 하다. 의대는 앞으로 이 교과서를 활용해 해당 수업을 할 계획이다.

 

보건의료는 통일을 준비할 때 가장 시급히 다뤄야 할 분야 중 하나다. 인도주의적 차원뿐 아니라 북한을 개발·발전시키려면 '주민 생존'이 먼저 담보돼야 해서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의 2010년 보고서를 보면 탈북한 지 10년 미만의 성인 이탈주민 1천200명 중 "병을 앓고 있다"는 사람은 64.1%로 남한의 3.4배였다. 탈북 전 제대로 된 보건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한 탓이다.

 

신희영 소장은 "2천400만 북한 주민이 건강하지 않다면 통일은 '대박'이 될 수 없다"면서 "가령, 북한 어린이 사이에서는 갑상샘저하증으로 지능과 키가 발달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이런 상태로 자본주의사회에 편입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에 보건의료체계를 갖추는 일은 '통일 후' 남한 주민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말라리아와 결핵 등 남한에서는 1980년까지 유행하다 이제는 보기 어려운 질병들이 북한에는 아직 남아있어 양쪽 주민이 만나면 면역이 없는 남한 젊은층이 위험해질 수 있다.

 

북한의 보건의료체계가 "붕괴했다"고 진단한 연구진은 그 원인으로 무상의료정책을 꼽았다.

연구진은 "붕괴가 장기화하고 개선의 여지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역설적으로 무상의료정책"이라며 "의료서비스와 의약품의 상품가치가 없거나 낮아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북한 보건의료체계는 1970년대 남한보다 나았지만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경제사정이 크게 악화했고 보건의료체계도 무너졌다. 무상의료정책을 지지할 재정여건이 안됐기 때문이다. 이 시기부터 북한은 환자가 직접 약을 구해오도록 '자구책'을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다만 진료소·리(里)인민병원 등 1차 의료기관부터 조선적십자종합병원 같은 4차 의료기관으로 이어지는 전달체계가 유지되고, 각종 의사가 7만 9천여명으로 인구 1천명당 3.3명에 달해 그 비율이 한국(2.26명)·캐나다(2.5명)·영국(2.8명)·미국(2.56명)보다 높다는 점은 긍정적 요소로 봤다.

 

신 소장은 "북한 의사들이 손기술도 좋고 사회주의체제에서 교육받아 환자를 돈으로 보지 않고 치료하려는 열의가 강하다"면서 "적정한 돈과 자원이 투입되면 (북한 보건의료체계는) 20년 안에 남한 수준까지 올라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북한 보건의료체계를 개선할 비용을 마련하는 방안으로 남북이 협력해 진행하는 '보건의료 연구·개발(R&D)'을 제시했다.

 

국제사회로부터 70년간 고립된 북한은 질병 등을 연구하는 데는 '보물섬'이라는 것이 신 소장을 비롯한 연구진의 생각이다. 질병 연구 관점에서 보면 북한은 잘 통제된 비교집단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신 소장은 "남한과 북한에서 유행하는 질병이 왜 다른지 역학조사만 해도 원인을 찾아낼 수도 있다"면서 "북한은 고려의학(한의학)이 발달해 천연물을 이용한 치료의 비중이 높아 이런 것들을 조사·분석해 기술을 개발하고 세계에 팔면 통일의료 비용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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